장소: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대한민국
혜화동 대학로를 찾은 날, 거리 곳곳의 공연 포스터와 극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이번에 관람한 작품은 장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였다. 작품도 인상 깊었지만, 공연장에서 만난 성지루 배우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은 그날을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느낀 대학로의 힘
대학로는 작은 골목과 극장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화려한 대형 공연장과는 또 다른, 배우의 목소리와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서울의 대학로를 찾으니 한국 공연문화가 지닌 깊이와 에너지가 더욱 반갑게 다가왔다.
장진식 블랙코미디 《불란서 금고》
《불란서 금고》는 서로 다른 욕망과 목적을 품은 다섯 사람이 은행 지하의 견고한 금고 앞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소동을 그린 코믹 스릴러다. 전기가 끊기는 밤 12시에 금고를 연다는 단순한 계획은 각자의 정체와 오해가 얽히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빠른 대사의 리듬과 절묘한 말맛, 긴장 속에서 터지는 웃음은 장진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잘 보여준다. 신구와 성지루가 ‘맹인’ 역을 번갈아 맡고, 장현성·김한결·정영주·장영남·최영준·주종혁·김슬기·금새록·조달환·안두호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회차별로 무대를 채운다.
직접 기른 수염과 청명한 목소리, 명배우 성지루
무대 위 성지루 배우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배역을 위해 직접 기른 수염과 청명하게 울리는 목소리,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몸짓과 표정으로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웃음을 이끌어내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연기를 보며 왜 많은 사람이 그를 명배우라고 부르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공연보다 오래 남은 다정한 만남
공연장에서 만난 성지루 배우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며 팬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는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가 무대 밖에서는 이토록 편안하고 다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심은 오래 남았다. 좋은 연극 한 편과 좋은 배우의 따뜻한 태도를 함께 경험한 덕분에 혜화동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특별한 한국 문화 체험이 되었다.
공연 정보
공연명: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작·연출: 장진
공연장: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
공연 기간: 2026년 3월 7일–5월 31일
관람 시간: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 등급: 중학생 이상
작품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경아르떼의 《불란서 금고》 리뷰와 NOL 티켓 공연 안내를 참고할 수 있다.
혜화동 대학로에서 만난 좋은 공연과 좋은 사람. 한국의 연극 무대가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의 관객에게 오래 사랑받기를 바라며, 나 역시 이런 순간들을 계속 기록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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